어르신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여주세요.
앵커
6월 15일, 오늘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노인 학대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밖에 나가지 못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학대가 늘고 있다는 역설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작년 겨울, 왼쪽 뺨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 60대 여성이, 좀처럼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집앞을 서성였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남편의 학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60대 여성 노인 학대 피해자]
"남편이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제가 바람 핀다고 의심하고, 폭언을 했었어요. 그날 남편에게 맞은 뒤 집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계 지원을 받으러 주민센터를 찾은 80대 할머니, 손에 든 멍을 수상히 여긴 주민센터 직원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고,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이 술병을 집어던지며
술을 사오라고 때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80대 여성 노인 학대 피해자]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에 가거나,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어요.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어느 순간엔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갈 때도 남편과 마주칠까 봐 두려웠습니다."
꾸준히 늘어왔던 노인 학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1년 동안, 20% 가까이 더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가해자의 3분의 2는 아들과 배우자 등 가족이었는데, 코로나 19 확산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가족 갈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김민철/서울 남부노인복지기관 과장]
"사회적 거리 두기의 단계 증가에 따라 노인학대 증가도 연동되는 부분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가해자나 피해자가 각자 공간에 분리됐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좁혀진 거죠."
특히 최근 남편이나 아내가 배우자를 학대하는 이른바 '노노(老老)학대'도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피해 노인들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숨기고 감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가족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합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