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여주세요.
[앵커] 서울대교구가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
지난 5일 생명수호주일미사에서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는데요.
오늘부터 수상자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20년 넘게 노인학대 예방에 힘써온 기관이죠.
활동 분야 본상을 받는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대 받는 노인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6973건.
이 가운데 6259건이 실제 학대로 판정됐습니다.
1년 전보다 19.4% 증가한 수치입니다.
<김민철 /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과장>
"해당 건 자체가 수치상으로는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노인학대의 특성상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잠재되고 은폐되는 것들을 고려할 때 실제 노인학대는 더욱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더 안타까운 건 노인학대의 88%가 가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래서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은 지난 2년간 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상담만 7863건.
이 가운데 7분의 1 가량이 대면상담이었습니다.
<곽상현 /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팀장>
"학대피해 어르신의 특수성이나 위급성, 응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예전과 다름없이 계속 코로나 현장 속에서도 현장조사를 진행을 하고 방역용품을 통해서 어르신 대면상담을 진행하는 등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어르신들이 있는 현장 속으로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노인학대 건수를 보면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지만, 신체적 학대와 경제적 학대도 적지 않습니다.
관장 박진리 수녀는 재산 문제로 다투는 자녀들을 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어르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박진리 수녀 /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그 어르신께 어떻게 다가가고 위로를 해야 될까 저도 굉장히 고심이 됐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기도하면서 주님께 의탁하면서 어르신을 만나게 됐고 상담을 계속 진행해오는 과정 속에서 어르신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다시는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겠다. 그리고 자녀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좀 더 내가 노력하는 삶을 살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됐고…"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00년에 설립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노인학대 상담센터와 쉼터를 운영하면서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2004년 노인복지법 개정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내년 1월 12일 제16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에서 활동분야 본상을 받습니다.
<유경촌 주교 / 생명의 신비상 시상위원장>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특별히 2021년 7월 넷째 주일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지정한 해이니 만큼, 그에 걸맞는 노인존중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기관으로 그 공로가 인정돼 이번 활동분야 본상 수상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미래.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어르신에 대한 존중과 함께, 노인학대 발견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박진리 수녀 / 서울특별시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학대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어르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력 또 유관기관들의 노력이 정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앵커 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