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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3-12-10 가톨릭신문[인권주일 특집 인터뷰]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2-10
조회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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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주일 특집] 증가하는 노인 학대

부양 부담과 오해가 낳은 병폐… 혐오 지우고 공감·존중 키우자

노인 인구 늘면서 학대도 증가
자녀 등 친족에 의해 대부분 발생
이미 초고령사회 들어선 교회가
공감과 존중 문화 확산 나서

발행일2023-12-10 [제3371호, 15면]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경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 수치는 올해 9월 현재 18.7%로, 상당히 근접한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이미 2021년 모든 교구가 초고령사회 지수에 진입했다. 지난해 교세통계를 볼 때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6.4%를 차지한다.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로 노인 빈곤, 독거노인 등 여러 관련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학대도 불거진다. 보건복지부 ‘2022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노인 학대 건수는 매년 증가했다. 재학대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가정이다. 인권 주일을 맞아 노인 학대에 시선을 돌려본다.



■ 노인 학대의 심각성

최근 서울특별시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기관장 박진리 베리타스 수녀, 이하 기관)에는 78세 남성 A씨가 경찰로부터 인계됐다. 아들이 평생 모은 재산과 집을 탕진해 월세방에 함께 살도록 했던 A씨는 ‘아버지를 부양하기 싫다’는 아들에 의해 내쫓긴 상태였다. 아들은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 아버지가 집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식사도 못한 A씨는 영양상태가 급격히 떨어져 있었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다가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

기관의 도움으로 쉼터에 3개월간 생활했던 A씨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한 행정 처리 과정 중 아들의 방임과 학대에는 입을 다물었다.

진술이 있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말을 않던 A씨는 여러 차례 상담을 거치고 ‘부양하지 않겠다’는 아들 마음을 전해 듣고서야 진술서를 썼다. 현재는 희망대로 양로원에 입소해 잘 적응하고 있다.

박진리 수녀는 “이 사례를 진행하면서 자식은 부모를 버려도, 부모는 자식에 대한 애달픔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6월 15일을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같은 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1조의2 제4호를 보면, 노인 학대란 ‘65세 이상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 학대는 발생 공간에 따라서도 ▲가정 학대 ▲시설 학대 ▲기타로 분류된다. 가정 학대는 동일가구에서 생활하는 가족구성원인 배우자, 성인 자녀뿐만 아니라 동일가구에서 생활하지 않는 부양 의무자 등 그 밖의 친족에 의한 학대를 말한다. 시설 학대는 무료시설을 포함해 요양원 및 양로원 등 시설에서 관련 종사자 등에 의해 발생하는 학대다. 만약 학대 발생 장소가 노인복지 생활시설이라도 학대 행위자가 가족 구성원일 경우에는 가정 학대로 분류된다. 기타는 가정 및 시설 이외 공간 및 기타 학대 행위자에 의한 것이다.

학대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가구 형태의 변화와 돌봄에 대한 부담, 부양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특히 노인 단독 가구 형태가 급증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도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노(老)-노(老) 학대’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8년 36.2%에서 2022년 42.2%로 증가했다. 배우자라 하더라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데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학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들’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 노인 학대는 더 심각하다. 학대당하는 노인의 약 75%는 여성이다. 한국 여성 노인의 경우, 나이를 먹어도 부양이나 돌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젊을 때는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를 양육하다가, 나이 들어서는 손자녀를 돌보고 또 노인이 된 배우자를 살펴야 하는 사례가 많다. 또 대부분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다가 사별 등 이유로 빈곤을 겪게 되고, 사회관계망도 약하기에 우울감 속에서 살아간다.

최근에는 독거노인이 많아지며 스스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포기하는 자기 방임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노인 학대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더 심각하다. 대부분 가정에서 가족들에 의해 학대가 발생하다 보니, A씨처럼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 세대 공감·존중 문화 정착 필요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이라는 표현은 노인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만큼 사회 저변에,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보면, ‘노인과 청장년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항목에 노년층은 51.5%, 청장년층은 87.6%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인 일자리 확대’와 ‘노인 복지 확대’에 대해 청장년층 각각 55.4%와 77.8%가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세태에서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세대 공감 및 존중 문화 정착’과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 등이 기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세대 공감과 존중 문화를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 교육 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노력이 나와야 한다”고 밝힌다.

구체적으로는 학대가 가정에서 은폐되고 지속해서 반복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고 전문가 개입을 통해 지속된 학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미 초고령사회 지수를 넘어선 교회에서는 노인 비율을 감안해서 사목회 등 의사결정기구에 노인 비율을 확대하는 적극적 조치가 요청된다. 본당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신노년층은 전문성을 활용해 기여하는 방식을, 고령 노년층은 기도 중심 활동으로 차별화하는 사목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박진리 수녀는 “노화가 장애가 아니라 인생의 완성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 노년의 영성”이라며 “현재 교회를 유지하는 힘은 어르신들의 신앙이므로, 각 단체 안에 노인을 포용하는 사목 방식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수녀는 “노인들이 신앙 이야기를 주일학교 청소년들에게 들려줄 기회를 제공하는 등 경험과 연륜을 통해 신앙 전수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 노인학대 상담 및 신고 1577-1389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